아무도 대학원생을 이해해주지 못한다

대학원생으로 살아가면서, 연구만큼 어려운 것이 하나 더 있다. 아무도 대학원생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무도’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대학원생을 이해해주는/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대학원생이라는 위치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학생이자 연구자이고, 일도 한다. 학교에 돈을 내면서도, 학교에서 돈을 받기도 한다. 배우는 사람이면서도,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기도 한다.

아무도 대학원생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느끼는 첫 번째 이유는 시간관념이다. 대학생의 시간은 청춘의 시간이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시간 외의 모든 시간은 내 것이다. 놀아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해도 되고, 일을 해도 되고, 때로는 방황해도 된다. 대학원생의 시간은 꾸준히 쌓아나가야 할 돌멩이다. 내가 이 시간들을 어떻게 쌓아가느냐에 따라, 미래의 내 가치가 결정된다. 박사과정까지 치면 6년 남짓. 시간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한하지는 않다. 주어진 시간 안에 유의미한 결과를 쌓아내야 한다. 직장인의 시간은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정의 내리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들의 시간도 대학원생의 시간과는 다르다.

친구들이 내게 바쁘냐고, 시간 있느냐고 물으면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하다. 바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한가하지도 않다. 그저 읽어야 할 논문이 있을 뿐이고, 이해해야 할 것들이 끝없이 있을 뿐이다. 이를 완료하는데 정해진 마감일은 없다. 유한한 시간 이내에 유의미한 결과를 쌓아내야 하는 것엔 변함이 없다. 친구들의 물음에 “바쁘지 않다.”라고 하면, 내가 정말 한가한 줄 친구들이 오해하는 것이 답답했다.

그 다음으로 사람들이 대학원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는 평가 기준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 때이다. 누군가 내게 “대학원 생활은 어떠니? 지난 학기 성적은 잘 받았니?”라고 물어보면 당황스럽다. 초중고 과정과 대학교 과정의 평가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성적과 학점은 이름만 다르지 별다를 것이 없다. 누구나 그 학생이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대학원생의 평가 기준은 한 가지 더 있다. 논문이다. 대학원생은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대학원생에게는 성적과 논문이라는 두 가지 평가 기준이 존재하는데, 논문이 가장 중요하다. (성적은 성의 있게 공부를 했다는 정도면 된다고 한다.) 아직 쓴 논문이 없기도 하지만, 논문이 있다고 해도 “OOO에 냈어요”라고 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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